9. 토마코마이, 노보리베츠, 삿포로 (完)

2024. 9. 6. 15:00✈️ 여행/240827 도호쿠+홋카이도

9월 2일 (7일차)

페리에서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토마코마이

준비를 마치고 갑판에 나가보니 이미 토마코마이에 도착했더군요.

 

실버 에이트 페리

타고 온 페리입니다. 생각보다 큽니다.

 

현재시각 약 6시 10분. 토마코마이역까지 가는 버스는 6시 40분에 있는데, 토마코마이역에서 노보리베츠로 가는 열차는 47분에 있습니다. 차피 버스는 5분정도 밖에 안걸려서 웬만하면 탈수 있겠다 싶었는데...

 

내릴 때 앞에 한 서양인이 돈을 잘못 내고 시간을 오래 끄는 바람에 결국 또 놓쳐버렸습니다.

아오 ㅋㅋ

 

그래서 그냥 노보리베츠에서 여유롭게 온천도 하면서 삿포로로 좀 늦게 가는 방안을 택했습니다.

 

무로란 본선

7시 9분 발 무로란 본선 탑승.

정말 등교하는 학생들 외에는 잘 안타는 것 같습니다.

 

노보리베츠역

조금 달려서 노보리베츠역에 도착했습니다.

 

열차에서 나오자마자 유황 냄새가 확 나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역에서 지옥계곡까지 가는 버스 왕복 회수권을 샀습니다. 편도는 350엔인데, 왕복은 640엔이니 훨씬 이득이죠.

 

박제된 곰

실제로 보면 진짜 큽니다. 

 

저런걸 만난다면 ㄷㄷ 상상도 하기 싫네요.

 

지옥계곡 입구

노보리베츠의 유명한 관광지인 지옥계곡으로 향했습니다.

워낙 유명해서 중국인,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들 찾는 곳입니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한국인은 도쿄에서 2팀, 하치노헤에서 1팀 (도대체 왜? 하치노헤에 있는거지) 밖에 못 봤는데, 여기 다 있었네요.

단체로 와서 노래부르면서 다니던데, 음... 잘 모르겠습니다.

 

지옥계곡에서 나오는 유황 가스

여긴 지고쿠다니(地獄谷)로, 아직 화산활동이 활발한 곳이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고 유황 가스가 분출되는 곳입니다.

확실히 온천의 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변보다 더 더운 것 같았습니다.

 

또다른 유명한 명소인 오유누마(大湯沼)는 여기서 조금 산을 타면 나오는데, 가는 길이 꽤나 빡셉니다.

 

가다가 본 붉은사슴뿔버섯 (혹은 그와 비슷한 버섯)

 

만지지 맙시다.

 

오유누마 / 오쿠노유

오유누마는 약 1km 되는 온천 연못으로, 약 130도의 뜨거운 온천수가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오쿠노유는 안에 있는 작은 연못인데, 색이 더 민트민트해서 오히려 더 예뻤던 것 같습니다.

 

근데 유황 냄새가 상당히 심함.

 

오유누마 족욕탕

길을 따라서 조금 더 걷다보면, 다시 산길이 나오는데요.

그 길을 따라 내려가보면 이렇게 천연 족탕이 나옵니다.

 

오유누마에서 흘러내린 물이라 그런지 상당히 따듯합니다.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딱인듯.

 

시... 시카다!

그렇게 다시 입구쪽으로 내려가다가, 한 주차장에서 갑자기 사슴을 만났습니다.

뭔가 상황이 웃겨서 사람들도 다 찍고 있더군요.

 

이게 홋카이도인가 ㄷㄷ

 

사기리유

주변에는 확실히 온천 마을답게 일일 온천이 많았지만, 대부분 2000엔 정도로 비싸서 가장 가성비가 좋아 보이는 유모토 사기리유(夢元さぎり湯) 라는 곳에 갔습니다. 입욕만 하면 500엔 정도지만, 수건, 샴푸같은거 사느라 1000엔 정도 쓴 듯.

 

흔히 생각하는 노천탕 있는 온천 느낌이라기 보다는 평범한 사우나 딸린 대중탕 느낌입니다. 안에는 4개의 탕이 있는데, 유황 성분이 (좀 많이) 함유된 물을 사용해서 그 냄새가 진하게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목욕 하고 나오면 하루종일 몸에서 유황 냄새가 남.

 

텅빈 열차

온천욕을 모두 마치고, 다시 노보리베츠역으로 돌아와 삿포로역으로 향했습니다.

뭔가 사람에 비해 수상할 정도로 시트가 많은 737계 전동차를 탔는데, 새 열차라 그런지, 목욕을 해서 그런지 잠이 잘 왔습니다.

 

근데 ㄹㅇ 홋카이도 열차는 좌석 배치가 신기한 것 같네요. 문이 2개 밖에 없어서 그냥 중간을 다 롱시트로 채운건가.

 

삿포로!

드디어! 이 여행의 종점인 삿포로역에 도착했습니다.

 

저번에 토리데에서 카츠타 가는 열차를 타고 가던 도중, 옆자리에 앉은 서양인이 (미토에 산다고 함) 추천해준 홋카이도 스시 맛집에 가볼 생각입니다.

 

토리톤

토리톤 키타8초 코우세이점(トリトン 北8条光星店) 이었는데, 헉. 웨이팅이 2시간이네요 ㄷㄷ

 

원래는 웨이팅 잘 하지 않는 편이지만, 2시간이라고 하니 더욱 오기가 생겨서 일단 대기를 걸어놓았습니다.

시간도 조금 남았겠다, 호텔에 짐을 풀고 나왔습니다.

 

앞에 대기팀들이 빠르게 빠져서 다시 토리톤으로 갔더니 안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노쇼나 단체로 빠져나가거나 한듯?

그래도 암튼 대략 두시간 정도 기다린 셈이네요.

참치 / 날개다랑어 뱃살 / 청어

분명 회전초밥이라고는 하는데 회전하는 부분에 음식은 없고, 주문한 곳으로 바로 가져다 주는 시스템입니다.

그래도 접시 당 요금을 다르게 해서 구분하는 것은 회전초밥 같았습니다.

 

맛은 확실히 맛있습니다. 해산물도 다 신선한 것 같고, 특히 저 뱃살이 마치 치즈를 먹는 느낌이었어서 좋았습니다.

오래 기다려서 먹은 보람이 있네요.

 

다 해서 한 2800엔 정도 나온 것 같습니다. 이정도면 충분히 가성비 있게 먹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여기 가라아게 가성비가 상당합니다.


 

점?심을 먹으니 어느덧 해가 질 무렵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술을 사들고 가기 위해서 여러 리큐르 샵에 가봤습니다. 

뭔가 특이한 것이 있거나 엄청나게 끌리는 무언가가 있지 않는 이상 그냥 스즈(suze)치나(cynar)를 사들고 가는게 목적이었어서 예정대로 스즈와 치나를 나름 저렴하게 샀습니다.

중간에 크래프트 진이나 맥주, 니혼슈 등을 파는 곳에도 가봤는데 거기서 시음해본 진(retrograde 진)이 너무 맛있어서 2병 제한만 없었으면 샀을 것 같습니다. 아, 우츄비루도 있어서 호텔에서 까기 위해 하나 가져왔습니다.

 

꽃 향기가 나는 아마로 / 스즈와 산초 진이 들어간 토닉 / 애비에이션

이후에는 징기스칸이나 갈까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가격 대비 만족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 돈을 바에 쓰기로 했습니다.

 

방문한 곳은 Bar ReCalm 이라는 곳으로, 인퓨징과 독창적인 칵테일에 진심인 곳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직접 블렌딩한 아마로를 마셨는데, 아마로 노니노에 꽃 향기를 첨가하여 마치 마시는 향수같은 느낌을 주는 술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마로와 향 모두 좋아하는 편이라 맛있게 마셨네요. 산초가 들어간 진을 사용한 토닉도 마시기 좋았습니다. 근데, 다른 곳에서 비슷한 걸 주문했다가 나한테 잘못 나오는 바람에 서비스로 한 잔 더 마심 ㅋㅋ

 

애비에이션은 비에이 쪽의 라벤더로 만든 리큐르와 니세코 쪽의 라벤더 진이 들어갔는데, 리큐르의 색 때문인지 알고 있던 애비에이션과는 다른 색이 났습니다. 이 또한 맛있었음.

 

페르넷 브랑카를 쓴 크리미한 칵테일 / 스파이시 블러디시저

다음으로는 페르넷 브랑카를 사용한 크리미한 칵테일을 요청했는데, 아까 본 Retrograde 진과 퀴닌 술 키나(China)를 이용한 특이한 술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산미가 느껴져서 뭐지? 했었는데, 먹을수록 은은한 향미가 도는게 신기. 신기하게 약간 려(呂) 맛이 남...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이 바의 가장 최고는 스파이시 블러디 시저. 가히 지금까지 먹었던 블러디 메리의 변형 중에 가장 완벽하고 맛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마셨던 블러디 메리를 변형한 칵테일들은 너무 도전적이어서 맛이 튀거나, 밸런스가 안맞는 느낌인 술들이 많았는데 이건 정말 깔끔하고, 감칠맛 나면서 맛있었습니다. 이걸 마시기 위해서라도 다시 삿포로에 갈 의향이 있을 정도.

 

스프 카레

바에서 나온 후, 해장?용으로 심야에 영업하는 스프카레 샤라라(スープカレー しゃらら)에서 스프 카레를 먹었습니다.

 

맵기는 3단계로 시켰는데, 신라면보다 약간 매운 정도? 그래서 그런지 마치 얼큰한 국밥을 먹는 것 같았습니다.

안에 들어간 재료들 (닭고기, 계란, 브로콜리, 당근, 호박 등등) 도 다 맛있었고, 그 조화가 너무 좋았네요.

 

9월 3일 (8일차)

무료안내 요코쵸?

암만 봐도 스스키노는 무서운 동네입니다. 어제도 바닐라 구인 노래를 몇번이나 들은건지...

에즈카~~ 스스키노 에즈카~~

 

공항

암튼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다시 도호쿠를 간다면 아마 겨울에 가서 눈 덮인 모습을 보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도, 여름은 또 여름의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굿굿.